미스테리 공포 소설

도플갱어, 똑같은 사람을 만나다.

배작가 2021. 3. 11. 18:04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동민은 자신의 뒤를 미행하는 사람이 있음을 감지했다. 삼십대 후반의 재력가인 그는 상대가 자신의 돈을 노리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며 미행자의 행동을 눈여겨보았다. 제법 대범하고 거칠 것 없는 성격의 동민은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골목길 모퉁이를 돌자마자 대기하고 있다가 뒤따르던 미행자를 덮쳐 놈을 잡아냈다.

, 누구야? 누군데 자꾸 내 뒤를 밟아?

죄송합니다. 그게…”

겁먹은 얼굴의 상대는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런데, 멱살이 잡힌 채 마주한 상대의 얼굴을 본 동민은 상대의 낯익은 얼굴에 화들짝 놀랐다.

당신, 잠깐!

동민은 멱살을 쥔 주먹에 힘을 빼며 상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뭐야, 당신 누구야?

상대의 얼굴을 뜯어보던 동민의 눈은 점점 놀라움으로 커져갔다.

죄송합니다. 우연히 그쪽 얼굴을 보고 저랑 너무 닮아서, 누군가 하고 궁금해서 따라온 게 그만, 놀랐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동민과 커피숍에 마주 앉은 남자, 철호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를 했다.

아닙니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니 이해가 되네요. 저 같아도 호기심이 생겼을 것 같아요.

동민은 자신과 꼭 빼닮은 얼굴의 철호를 향해 미소를 보냈고 그들은 그 날 이후 친구가 되었다. 막상 만나보니 관심사나 취향도 비슷하고 옷 스타일까지 비슷해서 공감대가 느껴졌고 서로 죽이 잘 맞았다. 동민이 자신의 단골 술집이나 식당에 철호를 데려가면 주위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쌍둥이였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동민은 이러한 상황이 귀찮기보다는 재밌었다.

근데...철호야, 넌 왜 가족을 안 보여 주냐? 이럴 때 가족끼리 다 같이 보면 얼마나 좋아?

동민은 해외 출장에서 돌아올 때면 좋은 양주나 와인을 사와 자신의 집으로 철호를 초대했고 가족에게 인사도 시켰다. 이번에도 유럽에서 사온 귀한 와인을 아내가 차린 근사한 요리에 곁들여 철호에게 대접하며 동민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 그게…”

그게 뭐? 와이프가 너무 예뻐서 보여주기 아까워?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같이 오시면 좋을 텐데, 나이도 비슷해서 말벗도 되고.

동민의 아내까지 껴들어 아쉬움을 토로하자 철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힘겹게 입을 뗐다.

아내가 불임치료 받느라 스트레스가 많아서, 밖에 잘 안 나오려고 해요.

철호는 늘 아내가 원치 않는다며 가족모임을 꺼려했고 좀처럼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드러내지 않았다. 동민은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상황 상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자신이 아는 병원을 소개시켜 주는 등 도움을 주려고 애썼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가 문제없이 지속되던 중,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생겼다.

-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할까?

여름해가 뜨겁게 내리쬐던 날, 동민은 철호와 만나기로 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회사 일이 일찍 끝나 예정보다 빨리 약속장소에 도착한 동민은 맥주집 야외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먼저 맥주를 마셨다. 잠시 후, 도로 앞에 멈춰선 차에서 철호가 내렸는데 운전석에 앉은 여자를 본 동민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누구야?

동민은 테라스 자리로 온 철호에게 넌지시 물었다.

너 태워다 준 사람, 누구야?

봤어?

긴장한 표정으로 되묻는 철호에게 동민은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고 거짓말로 둘러댔다.

, 내 와이프, 오늘 술 마신다니까 데려주겠다고 해서.

동민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모르는 척, 철호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사람을 고용해 철호와 그의 아내에 대한 뒷조사를 시작했다. 며칠 후, 철호 아내의 사진을 받아본 동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역시, 내 눈이 정확했어.

동민은 곧장 철호를 찾아갔고 따지듯 물었다.

, 도대체 누구야?!

자신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동민에게 철호는 적잖이 당황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동민은 철호의 눈앞에 사진 장을 나란히 내밀며 다그쳤다.

왜 네 아내랑 내 아내 얼굴이 같은 거냐고?

, 그게…”

너 누구야? 도대체 정체가 뭐야?

하지만 철호는 대답도 없이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 했고 소란스런 둘의 대화에 사람들의 시선이 꽂혀왔다. 속 시원히 설명이라도 들으려 했던 동민의 의도와 달리 피하려고만 하는 철호의 모습에 동민의 의심은 커져만 갔다.

, 무슨 의도로 나한테 접근한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또 얼쩡거리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목소리를 내리깔고 다그치듯 내뱉는 동민에게 자리를 뜨던 철호가 문득 멈춰 섰다.

후후, 성질은 여전하구나. 오동민.

나지막이 내뱉는 철호의 말에 동민은 순간,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다.

기억도 못하지?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크흐. 하긴, 그때 네가 나한테 말을 건 게 손에 꼽을 정도니, 그것도 모두 모욕감을 주는 말 뿐이었고.

철호는 고등학교 시절의 사진을 동민에게 내밀었지만 그것을 보고도 동민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역시, 너한테 난 안중에도 없었겠지. 넌 항상 주역이었고 난 네 주변에서 그림자처럼 맴도는 지질이일 뿐이었으니까.

어리둥절한 채 멈춰선 동민을 뒤로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 철호는 그 후로 석 달이 넘게 동민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동민도 녀석과의 관계가 끝났다고 믿고 서서히 그의 존재를 잊어가던 중, 철호가 다시 동민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동민의 집 부부침실, 늦은 밤의 불청객으로 말이다. 자고 있던 동민 부부를 내려다보는 철호의 손에는 시퍼런 칼이 들려있었다.

, , 왜 이래?

동민이 방어할 새도 없이 그는 동민과 그의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후후, 이제 내가 진짜 동민이 되는 거야. 드디어!

철호는 동민 부부의 시체를 처리하고 자신의 아내와 함께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 이제 여기가 우리 집이야. 전에 살던 곳보다 훨씬 좋지? 내 친구 녀석이 좀 부자거든. 이제 다 내 차지이지만, 후후. 거기다 당신이 그렇게도 원하던 예쁜 딸까지 거저 생겼으니 더 바랄 게 없네.

동민의 아내와 똑같이 생긴 철호의 아내는 동민의 두 돌 된 딸을 들어 올리며 활짝 미소 지었다. 동민의 어린 딸도 철호와 그의 아내가 제 부모인 줄 알고 환하게 웃음 지으며 품에 안겼다.

 

 

소리나는 책방 유튜브

www.youtube.com/c/소리나는책방공포미스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