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화성에 간 탐사선, 정착민 기지에 무서운 비밀이 있다!

배작가 2021. 3.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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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선 마즈5가 엘리시엄 지역에 착륙하자 붉은 모래먼지가 안개처럼 흩날렸다. 마즈5에 탑승한 조사관 윤빈은 우주복을 착용하며 바깥을 살폈다.

다행히 모래폭풍은 지나갔군.

그가 화성에 온 건 처음이 아니었다. 1차 화성이주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그리고 1차 이주민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몰살당한 뒤 2차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그는 이 곳 화성에 왔었다. 하지만 2차 이주민들 또한 모두 몰살당했고 윤빈은 몰살 이유를 조사하기 위해 세 번째, 화성에 왔다. 동료 알렉스, 미첼, , 케인, 사무엘과 함께 착륙선에서 기지로 이동하기 위해 그들은 무한궤도 차량 마즈로보에 올라탔다.

이런!

마더테라라 불리는 베이스 기지에 도착한 그들은 여기저기 피를 흘리며 죽은 이주민들을 보고 좌절에 휩싸였다. 이미 지구에서 모니터로 확인한 광경이었지만 실제로 확인하니 그 처참함은 극대화되었다.

모두 코와 귀에 많은 출혈이 있었네요.

금발의 케인이 한 남자의 시신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모두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걸로 봐서 우리가 모르는 전염병이 아닐까요?

이번에는 존이 두터운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의견을 말했다.

아직 밝혀진 것이 없으니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마더테라 사람들을 확인하니, 도터테라의 상황이 걱정스럽군요.

윤빈은 이주민의 신원을 일일이 체크하며 말했다. 화성의 거주지역은 크게 마더테라와 도터테라로 나뉘어져 있다. 마더테라는 처음 화성에 도착한 이들이 임시로 머무는 곳이고, 적응이 끝난 이들이 완전한 정착을 위해 옮겨가는 곳이 도터테라였다.

미라는 도터테라에 있는 건가?

미라는 윤빈의 여자친구로 2차 이주민들과 함께 의사의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 지구에서 영상으로 확인된 건 마더테라의 상황뿐이지만, 이주센터에서는 도터테라의 이주민들도 모두 죽었으리라 예상했다. 영상 전송장치가 끊긴 도터테라의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만약 생존자가 있다면 개인용 전송장치로 상황을 알려올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 누구도 송수신을 하지 않은 채 몇 개월이 흘렀다.

윤빈과 일행들은 3일에 걸쳐 마터테라의 시신을 수습하고, 도터테라로 향하는 마즈로버에 올랐다. 옥타곤 모양의 마터테라와 달리 도터테라는 돔 형태로 지어졌다. 어느덧 밤이 되어 하늘에는 화성의 달인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떴다.

, 화성의 달은 역시 듣던 대로, 감자처럼 못생겼군.

알렉스가 하늘에 뜬 두 개의 달을 보며 피식 웃었다. 하지만 윤빈은 달에 신경 쓸 틈도 없이 수색을 서둘렀다. 조금이라도 빨리 미라의 시신을 수습해 주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의 표현이었다.

, 지금부터 수색에 들어간다.

이주민들의 실질적 거주공간인 도터테라는 마더테라의 5배에 이르는 거대한 돔 구조로, 그 안은 벌집을 본 따 만들어졌다. 거대하고 복잡하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그곳은 가히 장관을 이루었다.

역시, 여기 상황도 마더테라와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먼저 시신을 발견한 알렉스가 대원들에게 무전을 송신했다.

상태는?

마더테라와는 좀 다른 형태입니다.

알렉스는 시신이 발견된 현장의 영상을 윤빈에게 전송했다.

이건 분명, 누군가에게 습격 받은 모습인데?

시신들은 모두 갈기갈기 온몸이 찢겨진 모습이었다. 또 다른 대원이 보낸 영상에는 새까맣게 타 죽은 시체 여러 구가 담겨있었다. 의문에 휩싸인 채 첫 날 밤을 보낸 그들은 이틀째를 맞아 다시 수습에 나섰다.

지금까지 시신 100구를 수습했습니다. 이제 1900구 남았습니다.

앞으로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윤빈은 대원들을 격려하며 탐색을 계속했다.

, 이 문은 왜 막혔지?

A구역 탐색을 끝낸 윤빈이 B구역을 탐색하던 중, B-3구역으로 향하는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아무래도 누군가 일부러 막아놓은 것 같은데.

안에서 밖으로 용접해 문을 막아버린 흔적이 윤빈의 예리한 눈에 들어왔다. 그는 대원들을 불러 모아, 봉인된 문을 해체시켰다.

휴우, 이거 만만치가 않네.

맨 앞에 섰던 근육질의 알렉스가 드디어 문을 열어 제치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윤빈이 손전등으로 안쪽 공간을 비추며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잠깐!

두 번째 침실을 비추는 순간, 윤빈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공간을 울렸다.

저거, 사람인가?

어둠속, 손전등의 한 줄기 빛이 닿은 곳에, 웅크려 앉은 여자가 보였다.

거기, 살아 있습니까?

윤빈은 한걸음씩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극한 긴장감이 몰려왔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부하 대원들도 레이전 건을 겨누며 뒤따랐다.

이주민입니까? 생존자입니까?

윤빈이 연거푸 물으며 다가가도 상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설마…’

여자에게 다가갈수록 윤빈의 머릿속엔 여자친구 미라가 떠올랐다.

윤빈 씨?

윤빈의 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미라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미라!

살려 줘…”

읊조리듯 내뱉은 후 푹,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녀를 그들은 서둘러 의무실로 옮겼고 온몸을 스캔해 혹시 모를 감염과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다행히 그녀의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반나절 후 그녀는 깨어났다.

어떻게...된 거야?

그녀가 살아있다는 안도와 기쁨의 감정을 묻어둔 채 리더인 윤빈은 당시의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2차 이주를 시작하고 얼마 뒤, 마더테라에 우리에게 적대적인 생명체가 침투했어. 우리는 그걸 K라 명명했어.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존재, 하지만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음파 조절자, K는 음파를 이용해 모두를 조정하고 몰살시켰어.

음파?!

이미 봤겠지만 마더테라 정착민들은 K가 영상 송수신 장치에 심어놓은 음파에 고막이 찢겨나가 몰살당했어. 우리 도터테라는 그 정보를 입수하고 모든 송수신 장치를 폐기했어. 개인 소유 송수신기까지 모두.

그제야 윤빈은 개인용 송수신마저 불가했던 상황이 납득되었다.

근데, 여기 사람들은 왜 저런 모습으로 죽은 거야? 마치 야수에 공격당한 모습이던데...

윤빈의 말에 그녀의 몸이 경기를 일으키듯, 부들부들 떨렸다.

K는 주파수 조작이 불가능하자 직접 사람의 뇌 속으로 침투했어. 사람의 뇌에서도 주파수가 나오니까, 그걸 이용한 거지.

그걸...이용하다니?

우리 중 가장 힘이 센 사람, 그의 뇌에 침투해서 살인 지령을 내린 거야. 매일 밤 그가 갈고리 무기를 이용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데도 한동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어. 물론 알게 된 후에도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 나와 몇 사람이 힘을 합쳐 그에 대항했고 결국 그를 죽일 수 있었어. K를 확실히 없애기 위해 우린 화염방사기를 사용했는데 그 과정에서 친구들마저 희생되고, 간신히 살아남은 나만 여기에 숨어든거야.

미라의 끔찍한 이야기에 모두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걱정하지 마. 며칠 내로 시신 수습이 마무리될 거야. 그러면 화성의 모든 기지는 폐쇄되고 우리는 지구로 떠나면 돼.

그래도...난 두려워, 혹시 놈이 다시 나타나면...흐흑.

윤빈은 그녀가 진술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 서둘러 시신 수습에 들어갔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하루라도 빨리 화성을 떠나야 했기에 윤빈과 대원들, 그리고 미라까지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구에 돌아갈 날만을 손꼽았다. 그들이 마더테라에 온 지 4일 째 되는 아침, 모두가 공동식당에 모여 아침식사를 하는데 알렉스가 보이지 않았다.

웬일이지? 배고픈 걸 못 참는 녀석인데?

알렉스의 절친인 존이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존의 비명소리가 대원들의 귀에 꽂혔다.

무슨 일이야?

달려간 대원들의 눈앞엔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처참한 모습의 알렉스가 들어왔다.

그 놈이야!

미라의 떨리는 목소리에 모두들 멍해졌다.

그렇다면 우리 중 누군가가 K의 조정을 받고 있다는 거야?

존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말하자 금발의 케인이 사람들을 한 명씩 훑어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우리 중에 그 놈이 있다고?!

분명 다시 온 거예요. K는 밤에만 활동하니까 밤에는 각자 방에만 머물고, 절대 서로를 믿지 마세요.

서로를 믿지 말라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을 그들은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존까지 시신으로 발견되자 분위기는 더욱 암울해졌다.

이러다가는 모두 몰살당하겠어. K를 찾아낼 방법이 없을까?

이미 알렉스와 존이 죽었고, 남은 인원은 윤빈, 미첼, 케인, 사무엘 그리고 미라였다.

결국 우리 다섯 중에 있다는 건데.

윤빈은 그 누구도 범인이라 생각하기 싫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주파수를 뺏길 위험이 있다는 미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윤빈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물론 대원들에게는 얘기하지 않은 채였다.

, 너무 무서워서 버틸 수가 없어.

새벽녘, 윤빈이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미라가 그의 방을 찾아왔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침대에 올랐고 다정스레 키스를 나누었다. 임무에 쫓겨 그녀와의 시간을 보낼 새도 없었던 것이 윤빈은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 상황은 두 사람의 밤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지구에 남편과 두 딸이 있는 미첼이 죽었다. 대원들은 슬픔의 표현도 못한 채 조용히 그녀의 시신을 수습했다. 수습을 마치자마자 윤빈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 카메라를 확인했다. 그는 그들 중에 범인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했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허억!

영상 속에서 잔혹하게 미첼을 난도질한 사람은 미라였다. 갈고리를 이용해 미첼을 공격하는 미라의 모습이 정확히 찍혀있었다.

말도 안 돼, 미라가...분명 나와 함께 있었는데...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했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원들을 지키는 것 또한 리더의 임무였기에 그녀를 묵인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미라가 아니었다.

내 손으로 미라를...죽일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결심이 선 그는 미라의 방으로 향했다.

이런 젠장! 한 발 늦은 건가?

미라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케인과 사무엘의 방에도 갔지만 그들마저 보이지 않았다. 곳곳을 살피던 윤빈은 공동 휴게실에 모여 있는 그들을 발견했다. 잠시 안의 상황을 파악하던 그는 레이저 건을 겨누며 안으로 들어갔다.

대장, 왜 이래?

사무엘이 놀라 일어나며 물었다.

케인, 사무엘, 뒤로 물러나. K는 바로 미라였어.

, 무슨 소리야?

미라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미안해, 미라야.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어.

정확히 이마 한 가운데가 뚫린 미라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윤빈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

얼마 후, 화성탐사선 마즈5가 지구 상공에 들어섰다. 수많은 환영 인파가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착륙장에 몰려들었고 전 세계의 언론이 생중계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환영한다, 마즈5! 윤빈, 케인, 사무엘 모두 수고했다. 착륙은 예정대로 문제없이 진행 바란다.

지금, 화성이주민 관련 모든 조사 상황 전송하겠습니다.

역시 윤빈 대령, 철저하고만. 도착해서 해도 될 것을. 이따 만찬장에서 거하게 한 잔 하자고!

관제탑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료 렉슨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들떠있었다.

글쎄, 한 잔은 나중으로 미뤄야할지도...

혼잣말로 중얼거린 윤빈은 어두운 얼굴로 탐사선 내를 둘러보았다. 케인과 알렉스의 난자된 시신을 바라보며 그의 두 눈이 흔들렸다.

알렉스 대원 아내와 아이가 현장에 나와 있어. 지금 영상통화 가능하지?

관제탑의 요구에 윤빈은 모든 송수신기의 전원을 내렸다.

미라와의 마지막 밤, 놈이 나한테 들어온 거야, 지구에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신의 몸이 K의 숙주가 되었음을 깨달은 그는 서둘러 마즈5의 방향을 바꾸어 지구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지구를 파괴할 수는 없어, 밤이 되기 전에 마무리를 지어야지.

마즈5는 무서운 속력으로 무인행성을 향해 돌진했다.

내 임무는 이것으로 끝이다. 지구여, 안녕...

전 세계의 생중계 화면에는 지구를 벗어나 눈부신 파편을 날리며 폭파되는 마즈5의 모습이 전송되었다. 과연 지구는, K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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