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스테리 공포 소설

공포반점

by 배작가 2021. 3. 6.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나는 요즘 가장 인기 있다는 만두 전문점 텐안에 나와 있다. 맛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내 얼굴을 알아보고도 따로 자리를 내주지 않는 사장 덕에 난 세 시간 넘게 줄을 서서 가까스로 테이블에 앉았다. 간곡한 촬영 부탁도 단칼에 거절당한 나는 식사만 하기로 단단히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입장을 허락받았다. 가끔 방송을 타기 싫어하는 깐깐한 사장들도 있으니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테이블에 앉고서도 한참을 기다린 후, 새하얗고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가 만두를 내왔다. 내가 시킨 만두 세트에는 물만두와 군만두, 그리고 납작만두 세 종류가 고루 있었고 종류별로 각각 세 개씩, 9개의 만두가 접시에 담겨있었다.

, 일단 보기에는 평범한데.

나는 한껏 기대를 품고 크게 한 입 만두를 베어 물었다.

, 맛도 평범한데..., 이건 무슨 맛이지?

평범한 재료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가 싶더니 훅, 당겨오는 특유의 뒷맛이 느껴졌다. 나는 재료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입 안 가득 만두를 넣었다.

이게 무슨 맛이지?

만두 한 접시를 다 비우고 나서도 나는 달착지근하고 끈적한 맛을 내는 뒷맛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모양새와 맛이 나는 만두여서 마지막에 감도는 그 오묘한 감칠맛을 빼고는 이 집의 만두에 대해 논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입안을 맴도는 맛에 나는 궁금증이 치밀어 올랐다. 보통은 식당을 방문한 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맛을 떠올리며 칼럼을 쓰는 나였지만 결국 그날은 칼럼 쓰기를 포기했다. 답답하고 찜찜한 기분에 잠이 든 나는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다가 불쑥, 다시 만두 생각이 났다. 원고 때문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입안을 맴도는 맛 때문에 강렬하게 식탐이 일었다.

이거, 보통이 아니네. 계속 먹고 싶은 맛이야!

나는 아침밥을 먹다 말고 서둘러 만두 전문점 텐안으로 향했다. 가게 앞에는 오전 시간에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난 또 한참을 기다려 테이블에 앉았다. 이번엔 일부러 주방 가까이 자리를 잡고 주방 안을 힐끗거렸다.

별다른 재료는 없어 보이는데.

내가 자꾸 주방 안을 들여다보자 주인 또한 날 힐끔거리며 눈치를 주었다.

여기 만두 나왔습니다.

주문한 만두가 나오자마자 젓가락을 들던 난 문득, 만두를 내온 여자 아이의 팔뚝에 난 자국에 눈길이 쏠렸다.

주사바늘? 설마, 저 어려보이는 여자애가 마약을 하나?

팔뚝 가득한 바늘자국을 곁눈질로 본 나는 곧, 허겁지겁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 이 맛이 도대체 뭐지?

칼럼니스트만 10, 그 전에도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며 웬만한 음식은 다 먹어본 내가 아직도 모르는 맛의 재료가 있단 말인가, 생각하며 난 자존심이 상했다. 궁금증에 답답함이 치밀어 오른 나는 주인의 눈치를 보다 슬쩍, 만두 하나를 주머니에 넣었다. 입으로 느낄 수 없으면 분해라도 해서 알아낼 수밖에 없었다. 칼럼니스트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곧장 집으로 돌아온 나는 큰 접시에 만두를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헤집어 관찰하기 시작했다.

부추, 돼지고기, 숙주, 두부.

아무리 들여다봐도 재료 자체는 평범한 것들뿐이었다.

하아, 뭔가 비밀 재료가 있는데.

골똘히 식당에서 본 것들을 떠올리던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설마, 이 사람들...

나는 여종업원의 팔뚝에 나 있던 수많은 바늘자국을 떠올리며 점점 미심쩍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만두에 마약을?

이렇게 중독성을 느끼도록 당기는 맛이라면 마약성분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식당 직원들의 팔뚝에도 바늘자국이 있지 않은가? 며칠 후 나는 친분이 있는 기자를 데리고 만두 전문점에 갔다. 식사를 하며 사장의 눈치를 살피다 미리 준비해간 몰래카메라를 테이블 아래에 단단히 설치하고는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식당에 들러 몰래카메라를 수거해 온 우리는 기대를 품고 그 내용을 확인했다.

분명히 마약 성분 넣는 게 찍혔을 거야.

난 드디어 궁금증이 풀릴 것에 잔뜩 기대하며 영상을 돌렸다. 영상 속 식당은 내내 분주하게 돌아갔고 한참 후 영업이 끝나 주방까지 모두 마무리를 짓자 불 꺼진 식당 안쪽 테이블에 온 직원이 모여 앉았다.

, 이게 뭡니까?

어둠속 희미한 불빛아래 모여 앉아 주사기를 꺼내든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사람들 진짜 주사기를…”

거봐. 마약이라니까.

예상이 적중한 것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나는 그들의 모습에 집중했다. 그런데 주사기를 꺼내든 직원들은 전혀 예상 밖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으우웩!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나와 기자는 경악을 하며 바닥에 구역질을 했다. 착 달라붙어 입안을 감도는 그 맛이 다시 느껴지자 나는 내 혀와 입천장을 드러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완전히 미친놈들이야!

곧바로 우린 경찰서로 향했고 얼마 후, 그들의 행각은 언론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자신과 종업원들의 피를 뽑아 만두 반죽으로 쓴 만두집 사장과 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소위 맛 집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 만두 전문점은...

뉴스를 보며 쓴웃음을 짓는 나의 입안에, 착 달라붙는 그들의 피 맛이 다시 감돌았다. 나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나의 입은 그 맛이 그립다.

 

본 작품은 유튜브 소리나는 책방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youtu.be/zlU4LHusuPc

'미스테리 공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타오르네  (0) 2021.03.09
돈가방의 저주  (0) 2021.03.07
침대 밑에서  (0) 2021.03.05
안마에 중독된 여자들  (0) 2021.03.04
산속 부부의 비밀  (0) 202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