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 더없이 행복한 가족이지만 최근 들어 문제가 생겼다. 그가 운영하던 호프집이 급격한 매출저하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호프집을 정리하고 받은 보증금으로 여기저기 진 빚을 갚고 나니 손에 남는 것은 5천도 안 되었다. 다른 장사를 다시 시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 동안 상가 보증금도 월세도 너무 많이 올라 포장마차를 차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실의에 빠진 그가 친구를 불러내 술을 마시던 중, 그는 친구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정석아, 미친척하고 여기 한 번 찾아가 봐.”
“거기가 어딘데?”
친구 무영이 건넨 명함에는 천명 보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영이 너, 무당집에 다녀?”
“그러니까 미친척하고 가보라고. 너 나 병 앓았던 거 알지?”
무영은 오래전부터 폐질환을 앓고 있었다.
“여기 가서 부적 받고 반 년 만에 폐가 깨끗해졌어. 완벽하게!”
“그거야, 병원도 다니고 약도 먹었으니까 그렇지.”
“10년 넘게 병원 다니고 약 먹었어. 그래도 안 낫던 게 부적 받고 나서 바로 낫다고, 신기하지 않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던 그의 입장에선 무영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렸다. 복채 몇 푼에 희망을 품을 수 있다니, 나쁘지 않았다. 로또라도 사볼까 생각했던 그는 생각을 바꿔 다음날 천명 보살을 찾아갔다.
“돈이 궁해서 왔어?”
중년의 무당은 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의중을 꿰뚫어 보았다.
“부적 써줄 테니까 늘 신발 속에 넣어 다녀, 그러면 돈이 들어올 거야. 단,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욕심 부리면 오히려 부적의 힘에 눌려. 딱 10억 들어오면 신발이랑 같이 태워버려, 절대 욕심은 금물이야.”
‘풋, 미래를 다 아는 것처럼 말하네.’
그는 확신에 찬 무당의 말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신발이랑 같이요? 네네, 알겠습니다.”
그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일주일, 부적을 해도 별다른 좋은 일이 생기지 않자 그는 복채만 날렸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로또를 살 걸 그랬잖아.’
그는 싸게 나온 가게 자리를 보러 나왔다가 역시나 높은 월세에 혀를 내두르고 돌아오는 길에 허망함을 달래려 로또를 샀다.
‘고작 종이 쪼가리 하나가 내 희망이라니, 한심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로또를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주 토요일 저녁, 가족들끼리 모여 앉아 짜장면으로 저녁을 때우던 중 그는 가슴을 졸이며 로또 방송을 보았다.
“어, 이거 정말 된 거야?”
“아빠, 1등 맞아요. 1등!”
“여보, 10억, 10억이 됐어!”
그는 로또 1등에 당첨되었고 세금을 떼고 나서도 7억이 되는 돈을 거머쥐었다.
‘무슨 행운에도 세금이 이렇게 많아. 근데 가만, 혹시 부적 때문인가?’
그는 현관으로 가 자신의 구두 깔창에 깔린 부적을 살펴보았다.
‘호오, 정말 이 녀석 때문인가?’
그는 반신반의하며 기분 좋게 부적을 바라보았다.
“오오, 정석이 너 신수 좋아졌다. 뭐 좋은 일 있어?”
“아니, 뭐, 그냥.”
“자식, 요즘엔 사업 잘 되나 보네.”
다시 만난 무영이 그의 달라진 모습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부적 효과는 좀 봤어?”
“부적? 무슨 부적?”
그는 모르는 척, 딴청을 하며 무영의 눈길을 피했다.
“아무튼 얼굴 피니까 좋다. 그건 그렇고 주말에 시간되면 카지노에 같이 갈까?”
“웬 카지노?”
“나, 회원권 있잖아. 혼자 가긴 그렇고, 마누라는 애들 데리고 해외여행 같거든. 바람도 쐴 겸 같이 가자. 돈 백 쓴다 생각하고 기분 풀고 오자고.”
돈도 생겼겠다, 그는 무영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함께 호텔 카지노에 가게 되었다.
“난 아무래도 안 되려나 보다.”
평소 도박에 관심도 재능도 없던 그는 파친코 기계 앞에 앉아 무료하게 버튼을 눌러댔다. 틱, 또다시 버튼을 누르는 순간, 현란하게 돌아가던 화면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멈췄다.
“오, 이거 뭐야? 어어어, 왔다, 왔어! 우하하하!”
땡땡땡, 카지노 홀에 잭팟을 울리는 벨이 울리고 그는 모두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으며 최고배당 3억을 받아 카지노를 나왔다.
‘정말 부적의 힘이 장난 아니네, 후후.’
그는 이제 신발 속 부적의 힘을 강하게 믿었다.
‘이것만 신고 다니면 세상 돈은 다 내 꺼다, 내 꺼!’
그는 든든한 지원군의 힘을 믿고 자신감에 차, 고급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무당이 말한 당부는 이미 까맣게 잊은 상태였다.
“당신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인테리어비만 3억이라니?”
아내는 그를 걱정하며 근심어린 얼굴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돈 복을 타고 난 놈이라고!”
그는 그럴듯한 레스토랑의 오너가 된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었다. 하지만 그의 자신감과는 달리 레스토랑의 매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자주 바뀌는 셰프에, 스텝까지 잦은 말썽을 부리자 손님과의 트러블도 끊이지 않았다. 경험이 없는 일에 뛰어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이거 뭐야? 부적이 왜 말을 안 듣지.’
그는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 신발 속 부적이니까 내가 돌아다녀야 돈이 들어오는 건가? 로또도 그렇고 카지노도, 모두 내가 찾아간 거니까.’
그는 돈이 있을 만한 곳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번에는 경마장에 가 볼까?’
그는 경마장에 가 마권을 샀고 곧 그것에 빠져들었다. 그러는 사이 돈은 슬금슬금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어느덧 빚까지 지기에 이르렀다.
‘젠장, 이거 완전 헛것이잖아!’
그는 신발 속 부적을 원망하며 다시 괴로움에 빠졌다.
‘이 놈의 부적 때문에 제 명에 못 살겠어.’
그는 홧김에 신발 밑창에 있는 부적을 꺼내어 찢으려고 했다.
‘엇, 이거 왜 이래?’
웬일인지 부적은 신발바닥에 붙어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끌어당겼다.
‘뭐야, 신발을 신으라는 건가? 어어어, 신발이 저절로 움직이네?’
그는 신발이 이끄는 대로, 정확히 말하면 신발의 부적이 이끄는 대로 길을 나섰다.
‘이제야 진짜 큰 거 한 방을 줄려나보네? 흐흐.’
날은 춥고 눈발까지 흩날리는데 그것에 이끌린 채 그는 어느 새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산 속에 보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돈가방?’
그는 한껏 기대를 하며 신발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도대체 어디에 돈이 있는 거야?’
그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는데 신발이 계속 그를 끌어당겼다.
‘어어, 이거 왜 이래?’
신발은 산 아래로 난 낭떠러지 쪽으로 그를 이끌었고 그제야 위험을 느낀 그가 몸을 젖히며 멈추려 했지만 신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 안 돼! 아아악!”
그는 끝없는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며칠 만에야 등산객에게 그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곧 쓸쓸히 장례가 치러졌다. 여기저기서 조의금이 들어왔고 그의 앞으로 들어놓았던 거액의 보험금도 아내의 수중에 들어왔다.
“오서방이 돈이라도 남겨주고 갔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뭐니.”
장례식이 끝난 후 그의 장모가 한숨을 쉬며 정석의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괜히 느낌이 이상해서 몇 달 전 그이 앞으로 보험을 들어놓은 이렇게 될 줄이야...”
영정 사진 속의 그가 웃는 듯 우는 듯 기괴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결국, 부적이 돈을 벌어주긴 했구나. 그래서 날 산으로 이끌었어, 크으윽.’
소리나는 책방 유튜브
'미스테리 공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럭커와 여자 (0) | 2021.05.17 |
---|---|
신약의 비밀 (0) | 2021.05.09 |
길을 잃다 (0) | 2021.04.24 |
제사 음식은 먹지 마 (0) | 2021.04.22 |
스크래치, 의문의 손톱 자국 (0) | 2021.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