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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25

길을 잃다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 이름은 영지, 올해 열 살입니다. 다소 촌스러운 이름을 지어준 엄마와 작은 아파트에서 단둘이 삽니다. 엄마와 외할머니 말에 의하면 아빠는 해외 출장 중입니다. 내가 다섯 살 때 출장을 갔으니까 벌써 5년이나 되었네요. 가끔 이메일 편지가 오긴 하는데 글씨체가 드러나지 않으니 아빠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게다가 나는 열 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영상통화 한 번도 않고 5년 넘게 출장 중이라니 분명 뻔한 거짓말일 테지요. 아무래도 엄마와 아빠는 이혼한 것 같습니다.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엄마와 저를 버리고 외국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예요. 아무튼 저는 이혼녀 또는 싱글맘의 하나뿐인 .. 2021. 4. 24.
스크래치, 의문의 손톱 자국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자동차 애호가다. 모든 종류의 차에 관심을 가지며, 깊은 애정을 느낀다. 특히 얼마 전 새로 뽑은 자신의 애마는 아내와 딸보다 더 아낀다. 그런 그에게 최근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애마의 조수석 문짝에 선명한 두 줄의 스크래치가 나 있었다. ‘어떤 빌어먹을 자식이!’ 그는 바로 블랙박스를 확인했지만 여러 번 반복해 보아도 아무것도 없었다. 경비실에 찾아가 CCTV까지 훑어보았지만 어디서도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안 되겠어. 전후 사방 다 커버되는 최고 사양 블랙박스로 바꿔야지.” 그는 오래된 블랙박스를 떼어내고 최신 블랙박스를 달았다. “.. 2021. 4. 20.
너의 목소리를 원해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는 레이싱 모델 해미를 좋아합니다. 해미는 23세, 경력 1년의 모델로 코리아 스트리트 모터쇼에서 데뷔했지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저는 그녀에게 빠져들었습니다. 168에 50킬로,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특히 좋았어요. 게다가 얼굴까지 동안으로, 소녀의 얼굴에 여인의 몸매를 가진 셈입니다. 모든 게 완벽한 그녀 해미, 저와는 정반대입니다. 노안에 작고 어글리한 몸뚱이,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외모의 저는, 그래도 주제파악은 잘 하는지라 차마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그녀를 흠모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저도 유일하게 남들에게 인정받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저의 풍성하고 중저음인 목소리지요. 저의 목소리만 들은 사람.. 2021. 4. 10.
손 좀 빌려줄래?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화장실이 급할 때가 있다. 보통은 휴게소에 들려 해결하지만 명절이나 주말에는 막힌 도로 탓에 휴게소도 임시화장실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늘 그는 그런 상황에 처했다. 지방의 선산에서 벌초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같이 가기로 했던 동생 녀석은 급한 일이 생겼다며 약속을 펑크 내고, 하루 종일 혼자서 쫄쫄 굶으며 벌초를 했다. 벌초 중엔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면서 무릎까지 까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마저 꽉꽉 막혀있었다. ‘아, 젠장 화장실 가야 되는데…’ 그것도 큰 놈이, 뱃속에서 요동을 치며 신호를 보냈다. 그는 참고, 또 참았지만 참는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었다. ‘어디 없나…’ .. 2021.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