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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공포 소설

연인이 싸우면 생기는 일

by 배작가 2021.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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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싸인 시골길을 자동차는 미끄러지듯 달렸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영진과 지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오빠, 우리 너무 늦은 거 아냐?

깊은 어둠에 휩싸인 주변을 보며 지수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영진에게 물었다.

좀 늦긴 해도, 미리 예약해 놨으니까 괜찮을 거야.

3시 도착 예정이었던 그들은 10시가 다 되어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둘은 이내 여행의 설렘에 빠져들었다.

드디어 우리 지수와 단둘이 있겠구나.

행복해. 영진 오빠.

짐을 내리는 영진 옆에서 지수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었다. 그녀의 체온이 전해져오자 영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지수와의 첫날밤을 맞이하는구나.

두 사람이 연인이 된 지 어느덧 한 달, 영진은 벌써 여러 번 그녀와의 뜨거운 밤을 시도했지만 지수는 매번 자리를 피했다.

우리...진도가 너무 빠른 거 같아.

, 아직은 준비가 안 됐어. 부끄럽단 말이야.

구시대적인 멘트를 날리며 영진의 애간장을 녹이던 지수가 드디어 둘만의 여행을 허락했고 영진은 달콤한 첫날밤을 꿈꾸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여행을 준비했다.

, 이런 산중에 호텔이 있네?

지수는 주차장에서 호텔 건물로 연결된 오솔길을 걸으며 탄성을 질렀다.

인터넷에서 본 것 보다 훨씬 예쁘다! 유럽의 성 같아.

아담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지어진 호텔의 전경에 영진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5층짜리 소규모 호텔이지만 외관에서 풍기는 자태는 오성급 호텔보다도 근사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호텔 전면 벽에는 멋스럽게 담쟁이덩굴이 늘어졌고 그 앞으로 간결하고 단정히 꾸며진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소담한 아치형 현관을 지나 호텔 로비로 들어간 두 사람은 또 한 번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아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앙증맞은 소파와 소품들이 마치 동화의 나라에 들어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어머, 얘들은 호텔 마스코트인가? 강아지하고 고양이가 있어!

동물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와 고양이에 매료되었다.

너무 사랑스럽다.

아담한 호텔에 사랑스러운 동물들까지, 영진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프런트에 사람이 안 보이네? 너무 늦어서 입실 마감된 거 아냐?

프런트에 놓인 종을 울려도 데스크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얘들아, 여기 아무도 없니?

영진은 고양이의 털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기분 좋게 영진의 간지럼을 받던 고양이는 마치 영진의 말을 알아들은 마냥 꼬리를 살랑거리며 프런트 안 쪽으로 향했고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도 엉덩이를 포슬 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기다려 보자고, 녀석들이 주인을 찾으러 갔을지도 모르니까..

잠시 후, 정말 고양이가 불러온 건지 가벼운 몸놀림의 두 노인이 프런트 앞에 나타났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희가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주름 가득한 겉모습과는 달리 맑고 활기찬 눈을 가진 노인들에 영진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살폈다.

좋은 공기를 마셔서 그런가, 두 분 다 건강하시네.

영진은 바우처를 내밀며 예약사항을 확인했다.

아니, 두 분인데 방을 따로 예약하셨네요?

제법 두터운 몸통의 할아버지는 눈을 반짝이며 영진과 지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요. 지수야, 우리 그냥 스위트룸 하나로 바꿀까?

기회를 포착한 영진이 슬쩍 지수를 떠 보았지만 그녀는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 두 개로 해. 혹시 같이 있게 되더라도일단은.

그녀는 발갛게 얼굴을 붉히며 들릴 듯 말듯하게 말했다.

, 요즘 보기 드물게 순수한 젊은이들이군요. 아주 보기 좋아요.

호리호리한 체형의 할머니는 쪼글거리는 손으로 영진의 등을 쓰다듬었다. 영진과 지수는 난데없는 칭찬에 머쓱함을 느끼며 3층에 있는 자신들의 객실에 올랐다. 301호와 302, 나란히 붙은 룸에서 각자 짐을 풀고 있는데 웰컴 음료와 과일을 든 노인이 나타났다.

이건 우리 호텔만의 특별 서비스랍니다.

와아, 감사합니다.

여기 너무 좋다. 서비스는 완전 고급 호텔 같아.

흐뭇한 얼굴로 돌아서는 노인들을 보며 영진과 지수는 감사인사를 건넸고 곧 준비해 온 와인을 꺼내 과일과 곁들여 만찬을 시작했다.

지수야, 여기 욕조가 굉장해! 네 룸에도 있지? 테라스에 욕조!

.

우리 같이 목욕할까? 거품 목욕하면서 와인 마시면 엄청 낭만적일 거야!

에이, 목욕을 어떻게 같이 해? 부끄럽게...

슬쩍슬쩍 지수의 눈치를 살피며 분위기를 만들어보려는 영진의 노력에도 지수는 좀처럼 넘어오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가 계속 무산되자 영진은 슬슬 몸이 달았다.

지수야, 우리 게임할까? 스킨십 게임?

스킨십 게임? 그게 뭔데?

어느 정도 술기운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한 영진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지수에게 말했다.

지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스킨십을 하는 거야. 어때, 재밌겠지?

어유, 오빠는 순 그런 생각밖에 안 해?

발끈하는 지수의 말에 영진의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생각이라니...

속마음을 들킨 영진이 무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지수가 입을 비죽거리며 더욱 영진을 몰아쳤다.

나는 오빠랑 정신적인 교감을 하고 싶은데 오빠는 계속 스킨십 타령이야.

스킨십 타령? 너야말로 만날 그놈의 정신적 교감이 어쩌고야.

기분이 상한 영진은 툭, 서운함을 토로했다. 매번 발정 난 수캐마냥 졸라대는 사람 취급하는 것에 지치기도 했고 오늘은 꼭 그녀와 사랑을 나눌 것을 기대했던 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조급함이 밀려왔다.

그놈의 정신적인 교감? 오빠...나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발끈, 성질을 낸 지수는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차, 싶은 생각에 영진이 허둥지둥 사과를 하려는데 그녀는 이미 영진의 룸을 나가버렸다.

젠장,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 하고 나가버린 지수를 보며 뒤늦은 후회를 한 영진은 302호 지수의 룸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지만 그녀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와 전화를 하고 카톡을 보내도 그녀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 지수 똥고집이 또 시작됐구나.

사소한 다툼이 있었을 때마다 지수는 늘 이런 식이었다. 최소 하루는 아무런 연락도 안한 채, 조급한 성격의 영진이 탈탈 정신을 털린 후에야 나타나곤 했다.

하필이면 여행 와서 싸울 게 뭐냐!

영진은 덩그러니 혼자 룸에 앉아 남은 와인 한 병을 다 마셔버렸다. 술이 세지 않은 영진은 지수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오빠, 영진오빠?

머리를 쓰다듬는 보드라운 손길에 영진은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지수야...

어슴푸레 눈을 뜬 영진의 눈앞에 침대에 걸터앉은 지수가 보였다.

...지수야, 다시 와줬구나. 미안해, 아까는 내가...

아니야, 나도 사실 오빠 마음이랑 같은데 괜히 투정 부린 거야.

지수의 말에 영진은 훅, 잠이 달아났다.

진심이야, 지수야?

지수는 부끄러운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야...

영진은 덥석 지수를 끌어안았다. 예전 같았으면 지수가 몸을 뺐겠지만 오늘은 그녀도 영진을 꼭 끌어안았다. 둘은 진한 키스를 나누었고 곧 침대로 쓰러졌다.

흐아앙! 잘 잤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깬 영진은 개운한 기분으로 침대를 내려왔다.

역시 사랑의 힘이란, 몸에서 기운이 펄펄 나네.

밤새 그녀와 몇 번이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는데도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근데 지수는 아침 일찍 어디 갔지? 자기 방으로 돌아갔나?

영진은 옷을 꿰어 입고 서둘러 지수의 방을 두드렸다.

오빠…”

싱그러운 표정으로 영진을 반기는 그녀의 눈에 듬뿍 애정이 담겨있다.

지수야, 우리 어젯밤에…”

나도...너무 좋았어. 오빠가 왜 그렇게 날 원했는지 이제야 알았어. 오빠 정말 최고야!

두 사람은 한층 깊어진 사랑을 느끼며 짐을 챙겨 로비로 내려왔다. 그런데 지난밤처럼 또 프런트가 비어있었다.

야옹아, 어제처럼 주인님 좀 불러줘.

영진은 자신의 발 앞에서 살랑거리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고양이와 강아지는 프런트 안 쪽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직원이 나왔다. 그런데 어제와 달리 정복차림을 한 중년의 남자였다.

?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남자는 부스스한 얼굴로 나오다가 그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제 투숙한 사람들인데요. 체크아웃 하려고요.

영진은 의아한 표정의 남자를 향해 기분 좋은 미소를 보냈다.

무슨 말씀이신지...전 체크인 받은 적이 없는데요.

, 어제 다른 직원 두 분에게 체크인 했어요.

두 분? 무슨 말씀이신지...어제 노쇼 손님들이 있었는데 혹시 그 분들인가?

. 저희가 좀 늦게 도착해서…”

남자는 잠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예약 당시 이미 결제가 끝난 터라 더이상 따져 묻지 않았다.

아무튼 편히 쉬셨다니 다행입니다. 또 방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호텔을 빠져 나오는 그들 뒤로 호텔의 마스코트, 강아지와 고양이가 졸졸 따라왔다.

얘들아, 이제 안녕!

영진과 지수는 그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하고 오솔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호텔 정문 앞 먼발치에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아지와 고양이는 갑자기 캑캑거리며 몸을 흔들었다.

어휴, 답답해!

나도, 죽는 줄 알았어.

앞발을 뻗어 정수리서부터 주욱, 가죽을 벗겨낸 강아지와 고양이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흉측한 개의 두상을 가진 색귀와 매서운 고양이 두상의 색귀가 가죽을 벗어놓은 채 나란히 서서 영진과 지수를 지켜보고 있다.

흐흐, 어젯밤 좋았지?

그럼, 젊은 녀석이랑 한바탕 뒹구니 꿀맛이더라고.

나도...수줍음 많은 풋내기 아가씨가, 실은 보통이 아니더라고.

역시, 이 호텔에 스며들길 자알 했어.

흐흐, 우리같이 머리 좋은 색귀가 또 있을라고.

집으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영진과 지수는 지난밤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지수야, 그런데 너, 방에 언제 돌아간 거야?

? 오빠야 말로 오빠 방에 언제 갔어? 아침에 오빠 얼굴 보며 일어나고 싶었는데.

영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너무 취해서 기억이 헷갈리는 건가?

그들은 각자 지난밤의 뜨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탈을 쓴 색귀들과 각자의 방에서 밤새 한몸이 되어 뒹굴었다는 걸 꿈에도 모른 채 영진과 지수는 다음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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