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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다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 이름은 영지, 올해 열 살입니다. 다소 촌스러운 이름을 지어준 엄마와 작은 아파트에서 단둘이 삽니다. 엄마와 외할머니 말에 의하면 아빠는 해외 출장 중입니다. 내가 다섯 살 때 출장을 갔으니까 벌써 5년이나 되었네요. 가끔 이메일 편지가 오긴 하는데 글씨체가 드러나지 않으니 아빠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게다가 나는 열 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영상통화 한 번도 않고 5년 넘게 출장 중이라니 분명 뻔한 거짓말일 테지요. 아무래도 엄마와 아빠는 이혼한 것 같습니다.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엄마와 저를 버리고 외국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예요. 아무튼 저는 이혼녀 또는 싱글맘의 하나뿐인 .. 2021. 4. 24.
제사 음식은 먹지 마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날, 지하도에 내려가지 않았어야 했다. 술에 취해 지하도에 내려갔어도 그 이상한 노인과 말을 섞지 말았어야 했다. “올 한 해 동안, 절대 제사음식은 먹지 마! 안 그러면 큰 화가 생길거야.” 술김에 재미 삼아 사주팔자를 보는 할아버지 앞에 앉자마자 노인은 그에게 호령하듯 말했다. “에이 설마요.” “설마가 사람 잡는 거 몰라? 설마 하다가 훅 가는 수가 있어. 명심해! 괜히 날 원망하지 말고!” 당시 그는 그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기분이 찜찜해졌다. 큰 댁 제사에는 안 가면 그만이지만 장례식이 문제였다. 누군가 안 죽길 바라는 수밖에 없지만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1. 4. 22.
스크래치, 의문의 손톱 자국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자동차 애호가다. 모든 종류의 차에 관심을 가지며, 깊은 애정을 느낀다. 특히 얼마 전 새로 뽑은 자신의 애마는 아내와 딸보다 더 아낀다. 그런 그에게 최근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애마의 조수석 문짝에 선명한 두 줄의 스크래치가 나 있었다. ‘어떤 빌어먹을 자식이!’ 그는 바로 블랙박스를 확인했지만 여러 번 반복해 보아도 아무것도 없었다. 경비실에 찾아가 CCTV까지 훑어보았지만 어디서도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안 되겠어. 전후 사방 다 커버되는 최고 사양 블랙박스로 바꿔야지.” 그는 오래된 블랙박스를 떼어내고 최신 블랙박스를 달았다. “.. 2021. 4. 20.
타짜 배달부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세상의 풍파에 밀려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나 장소에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큰일을 당한 진영도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넘게 놀던 그는 친구와 함께 강원도의 한 카지노에 가게 되었다. 처음 해 본 블랙잭 테이블에서 큰돈을 만지게 된 그는 금세 도박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세상 돈 벌기 쉬워보였고 굳이 취직을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러다가 임요한 같은 유명 도박사가 되는 거 아냐? 후후.’ 하지만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본인이 얼마나 멍청한 게이머인지 깨닫게 되었고 카드빚까지 낸 돈마저 탁탁 털린 채 서울로 돌아왔다. ‘젠장, 되는 일 하나 없네... 2021.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