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1

나와 젊음을 바꾸겠어?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위반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란이 그녀를 만난 건 명산으로 유명한 노변산 정상 부근에서였다. “할머니, 도와 드릴까요?” 할머니가 혼자서 힘겹게 산을 오르는 게 안쓰러웠던 미란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왜, 늙은이라 동정심이 생겨?”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기껏 베푼 호의를 삐딱하게 받아들이자 미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내밀었던 손이 무안해졌다. 속으로 심술궂은 늙은이라 욕하며 돌아서는데 뒤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귀를 당겼다. “졸업하고 5년째 임용고시 낙방, 군대까지 기다려준 남자친구는 딴 년한테 갔고, 나이 28에 모아둔 돈은 한 푼도 없는데 사는 건 막막하고. 그냥 인생 확 마감해버릴까 하고 산에 왔는데 떨어져 죽는 것도 겁나.. 2021. 4. 14.
너의 목소리를 원해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는 레이싱 모델 해미를 좋아합니다. 해미는 23세, 경력 1년의 모델로 코리아 스트리트 모터쇼에서 데뷔했지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저는 그녀에게 빠져들었습니다. 168에 50킬로,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특히 좋았어요. 게다가 얼굴까지 동안으로, 소녀의 얼굴에 여인의 몸매를 가진 셈입니다. 모든 게 완벽한 그녀 해미, 저와는 정반대입니다. 노안에 작고 어글리한 몸뚱이,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외모의 저는, 그래도 주제파악은 잘 하는지라 차마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그녀를 흠모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저도 유일하게 남들에게 인정받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저의 풍성하고 중저음인 목소리지요. 저의 목소리만 들은 사람.. 2021. 4. 10.
손 좀 빌려줄래?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화장실이 급할 때가 있다. 보통은 휴게소에 들려 해결하지만 명절이나 주말에는 막힌 도로 탓에 휴게소도 임시화장실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늘 그는 그런 상황에 처했다. 지방의 선산에서 벌초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같이 가기로 했던 동생 녀석은 급한 일이 생겼다며 약속을 펑크 내고, 하루 종일 혼자서 쫄쫄 굶으며 벌초를 했다. 벌초 중엔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면서 무릎까지 까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마저 꽉꽉 막혀있었다. ‘아, 젠장 화장실 가야 되는데…’ 그것도 큰 놈이, 뱃속에서 요동을 치며 신호를 보냈다. 그는 참고, 또 참았지만 참는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었다. ‘어디 없나…’ .. 2021. 4. 6.
13번 국도 소리나는 책방의 모든 작품은 창작입니다. 저작권 침해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는 대로 다 받아 마시는 게 아닌데…” 새로 입사한 회사의 환영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버스도 끊기고, 택시 타야겠네.” 경기도 외곽에 집이 있는 그로서는 서울에서 택시를 잡는 게 영 부담스러웠다. “어휴, 택시비가 5만원은 나오겠어, 젠장.” 그래도 집에는 들어가야 하니 어쩔 수는 없었다. 평소 그는 택시 앱을 이용하곤 했지만 오늘은 운 좋게도 바로 택시가 왔다. “어서 오세요. 멋진 밤입니다.” 콧수염 때문에 조금은 불량스러워 보이는 기사는 인상과 달리 제법 다정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삼흥 가주세요.” “삼흥, 이요?” 목적지를 얘기하자 순간 기사의 눈이 반짝 빛났다. “삼흥, 좋지요. 13.. 2021. 4. 5.